꿀벌의 경우를 보자. 여왕벌은 필요에 따라서 자식들을 골라 낳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왕벌은 수벌과의 단 한 번의 혼인 비행에서 일생동안 쓸 정자를 받아 몸 속에 있는 저장에 저장해두고 사용한다. 수벌의 정자와 자신의 난자를 수정시키면 일벌, 미수정된 난자만을 발생시키면, 즉 처녀생식을 하면 수벌이 태어난다. 여왕벌은 처녀생식으로 필요와 시기에 따라서 적당히 비율을 조절해가면서 수벌을 낳을 수 있다. 개구리도 미수정된 난자를 바늘로 찔러 자극을 주면 정자의 도움 없이도 발생이 진행된다. ACT의 연구 결과는 이런 처녀생식이 단지 곤충이나 양서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포유류에도 적용되며 인간도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가 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매력은 난자 하나만을 발생시킨다는 데 있다. 난자 하나만 발생을 일으키기에 이때 얻은 줄기세포는 정상 개체로 자라나기 힘들다. 불임 시술을 하고 남은 수정란이나 체세포 핵치환을 통해 생성된 수정란은 자궁에 이식하면 정상 인간이 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이런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즉, 생명을 빼앗는다는 거부감도 덜어주면서도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난자만을 이용한 단성생식이라서 적용 대상이 여성으로 한정되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남성도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현재 남성의 정자 두 개를 합쳐서 핵을 뺀 난자에 이식해 발생을 유도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생명이란 반드시 남성과 여성이 결합해야 생겨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을 때, 우리는 새로운 미래와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 처녀생식은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발생 방법이 아니다. 자연계에서는 인간 이전부터 이어져온 생식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를 단순히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원리에 상상력을 결합했을 때 윤리적 문제에 부딪쳐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도 제자리걸음을 하던 체세포 핵치환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인간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과학적 사실과 상상력이 결합했을 때, 인류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 이시스가 절망의 끝에서 호루스를 얻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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