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디테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장기 개발 노력

way-to-the-rich 2022. 10. 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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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은 유전자 타입이 달라서 장기를 이식할 때 극심한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같은 사람끼리도 혈액형이 다르면 피를나눠 가질 수 없다. 장기 이식은 더욱 까다로워서 여러 가지 유전자타입이 맞아야 하고, 이식 수술 뒤에도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면역 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한다. 동물 장기를 이식하는 게 이보다 훨씬 더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 2002년 1월, 인류는 또 하나의 한계를 극복했다.미국 미주리 대학과 바이오벤처 이머지 바이오 테라퓨틱스 연구진은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4일자)에 인체에 이식됐을 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된 복제 돼지4 마리가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밝혔다. 이 돼지들은 돼지 특유의 인식표라고 할 수 있는 '알파-1,3-갈락토오스' 를 만드는 효소를 없앤돼지들이다. 이 효소가 없는 돼지의 장기는 인간의 몸에 이식하더라도 자신이 돼지에서 왔음을 증명하는 꼬리표 (알파 갈락토오스)가 없기 때문에, 인체의 면역계를 속일 수 있어 인간에게 이식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4마리 모두 암퇘지여서 수퇘지를 만들어 둘을 교배시켜 새끼를 얻는다면, 바로 그때가 인간과 비슷한 장기를 만들 수 있는 최초의 생체 공장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종 장기 이식은 지금껏 호러 영화에서나 나올 엽기적인 상상으로 치부되곤 했으나 이 돼지들의 탄생은 이 문제를 영화에서 현실로 끌어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종 장기 이식을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것 같다. 물론 이종 장기 이식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돼지 장기를 이식하면 돼지에게만 존재하던 질병이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 동물의 살 권리에 대한 양심의 가책, 이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나타날 종의 혼란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츠츠이 야스다카가 비꼰 대로 '인간 동물원' 이 생겨나지 않으리란 보장 또한 없다.

인류가 두 손을 자유롭게 쓰게 된 이래, 인간은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치타처럼 빠른 발이 없는 대신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새처럼 날개가 없다는 데 주저하지 않고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나는 소망을 실현시켰다. 이제 인간은 자연이 인간이라는 종에게 준 재생력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노력하고 있다. 생명을 이어주는 주요 장기가 다치거나 병들면 개체 전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육체의 한계에 도전해 스스로 몸을 살피고, 고치고, 갈아 끼워 넣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과 비슷한 동물의 장기를 빌리는 것에서 시작하여 줄기세포를 통한 장기 배양이나, 바이오메카트로닉스 같은 기계로 만든 인공 장기를 개발하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한계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 한계가 존재할수록 인간은 더욱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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