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역할 파괴는 자신이 스스로 타고난 성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그 안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고루 분포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 여성 호르몬 대체 요법을 찬성하는 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내게도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면 난 치료받는 쪽을 택할 것이다. 여성의 정체성은 사회적·문화적인 것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몸이 무거워지면서 이른바 '늙어가기 시작한다. 주름이 생기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자꾸 피곤해지는 건 남녀가 같으나, 중년이 되면 여성은 남성과 달리 뚜렷한 신체적 변화가 생긴다. 매달있던 '매직'이 멈추는 이른바 폐경이 일어난다.
남성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성적 능력이 쇠퇴할지라도 이론적으로 생식력은 유지한다. 하지만 여성은 폐경을 맞이하면 명실 공히 생식력이 사라진다. 폐경은 보통 45세에서 55세 사이에 일어나는데, 살아 있는 생명체가 생식력이 없다는 것은 유전자의 근본 목적인 '번식'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존재 의미가 흔들리는 대사건이다. 따라서 이 시기 전후해서 여성의 몸에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오는데, 이 시기를 갱년기라 하고 이때 나타나는 증상을 갱년기 증상이나 폐경기 증상이라고 한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여성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으면서, 이제 대부분 여성은 자신의 일생 중에서 초경 이전보다 폐경 이후의 기간이 훨씬 더 길어졌다. 일생의 30퍼센트 이상의 시간을 폐경 이후로 보내야 하면서 갱년기 문제는 수면 위로 드러났다. 폐경이 다가오면 먼저 여성 호르몬의 수치가 떨어진다.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에 대비해 일정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는 호르몬 체계를 갖고 있다. 피임약은 바로 여성의 일정한 호르몬 주기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폐경이 다가오면 이런 주기가 사라진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수치는 급격히 떨어지고, 여기서 비롯한 갖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호르몬 변화는 인체의 자율신경에 교란을 가져와 얼굴이 화끈거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소변이 잦아지고, 관절이 아프고 뼈가 약해지는 신체적 증상에, 불안감, 우울함, 고독감, 무기력감, 건망증 같은 정신적인 증상도 더불어 가져온다. 게다가 장성한 자녀들이 부모품을 떠나 독립을 하는 시기가 맞물리면 '빈 둥지 증후군' 이라는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사실 갱년기 증상은 누구에게나 다 나타나지는 않는다. 개인에 따라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적응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씩 번거롭게 하던 것이 사라져 오히려 더 활기차고 능동적으로 변하는 사람도 있는 등 개인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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