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나는 인큐베이터에서 배양된 세포들을 꺼내 모양을 관찰한다. 이제는 현미경을 보면서 가느다란 팁으로 세포를 분리해내는 일도 익숙할 정도로 이 작은 세계와 친해졌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노라면 세포의 기분이 느껴진다. 신경 써서 알맞은 성분이 든 신선한 배양액을 갈아주고, 온도와 습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잘 맞춰 키운 세포는 통통하고 모양도 가지런하며 건강한 빛이 돈다. 건강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세포들은 보기에도 예쁘고 기분도 좋아 보인다.
그러나 어쩌다가 인큐베이터 구석에 넣어두고 잊어버려 방치한 세포들은 모양도 찌글찌글하고 지저분한 검은색 찌꺼기들이 세포 주변에 흩어져 있다. 그럴 때 세포는 괴로워하며 날 원망하는 느낌이 들어 조금 미안해지곤 한다. 자꾸 눈앞에 보이면 친해진다더니 이제 내 인식은 세포와 교감할 정도가 되었나보다.
2002년 12월 26일 정부는 '나노기술개발촉진법' 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법령을 통과시켰다. 법률 제06812호로 명명된 이 법령에서는 '나노 기술'을 정의하고, 나노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과 육성 방침을 제시했다. 요즘 TV 광고에서 등장하는 샴푸 선전에도 '나노' 말이 들어가는데, 도대체 이게 무엇이기에 정부에서 법령까지란 제정해 육성시키려는 걸까?
나노 nano 란 원래 10 단위를 얘기하는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도량형은 10’즉 1,000배 단위로 고유명사가 붙는다. 10'은 킬로(K), 10'은 메가(M), 10'은 기가(G), 10"은 테라(T)다.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램이나 하드 디스크의 용랑을 나타내는 단위들로 더 익숙해진 용어들이기도 하다. 반대로 소수점 아래로 세 자리씩 내려갈 때도 고유 단위가 붙는다. 10은 밀리(m), 10 은 마이크로(4), 10은 나노(n), 10”은 피코(p)라는 단위를 쓴다. 바로 여기서 나노가 등장하며, 1나노미터는 1m의 10억분의 1을 가리킨다. 이렇게 상상하기 힘든 극소량의 단위가 어느덧 나노 테크놀로지란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하지만 나노 테크놀로지는 단지 극소형의 사이즈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나노 테크놀로지는 분자나 원자 수준의 물질을 만들고 제어하는 기술과 원자나 분자들을 적절히 배합 · 결합시켜 기존 물질의 변형이나 개조, 신물질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통틀어 말한다.
예를 들어 옷을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의 기본 단위는 섬유, 즉 실이다. 옷은 실크나 면, 레이온 같은 섬유를 조직해서 만든다. 조직과 재단에 따라서 모양이 다른 옷을 만드는데, 옷이 가지는 기본 성질인 색, 촉감, 강도 등은 섬유의 성질을 따른다. 즉, 실크 섬유로 만든 옷은 부드럽고 광택이 나며, 모섬유로 만든 옷은 푹신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옷이나 섬유 제조에 나노 공법이 들어간다면 옷의 기본 단위는 섬유가 아니라, 분자나 원자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물질을 분자나 원자 수준에서 재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나노 섬유 입자들을 재배치해서 옷의 모양과 색과 촉감을 원하는 대로 변형할 수 있다. 기분에 따라서 카멜레온처럼 색깔이 바뀌는 옷이 더 이상 동화 속의 요술옷만은 아니다. 실제 이 분야는 2025년쯤 실용화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나노 기술 제품은 아니지만, 현재에도 기온에 반응하여 주변 기온이 변하면 색깔이 변하는 스키복 같은 의복이 일부 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노 기술이 전자 제품에 도입된다면 극소형 반도체를 만들어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휴대폰 크기의 수퍼컴퓨터를 만들 수도 있고, 분자 단위로 설계된 신소재는 엄청난 강도를 자랑할 것이다.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능력까지 덧붙여주면 나노 입자들은 외부 충격에 강해질 뿐만 아니라 파손되더라도 복구도 가능하다. 어쩌면 <터미네이터2>에서 등장한 액체 금속 로봇 T-1000은 미래의 나노 기술의 쾌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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